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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Project Zomboid

또 다른 이야기: 탄생 (Project Zomboid 좀보이드)

LR 2024. 12. 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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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DA 챌린지 루이빌 정화런 21부: 황혼에서 피날레 (Project Zomboid 좀보이드)

좀보이드 현재 설정과 사용 모드1. 세계 설정: 기본적으로 CDDA 챌린지에서 변경 사항은 거의 없다. 정화런 수행을 위해 모든 좀비가 최고조에 다다른 28일차에 리젠을 끄고 진행하였다. CDDA 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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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DA 챌린지 정화런 중 작성된 글입니다)

 

 

좀보이드 현재 설정과 사용 모드

1. 세계 설정: 기본적으로 CDDA 챌린지에서 변경 사항은 거의 없다. 정화런 수행을 위해 모든 좀비가 최고조에 다다른 28일차에 리젠을 끄고 진행하였다. CDDA 챌린지는 기본 4배, 최고조 1.5배율(총 6배)의 좀비 수 설정이며, 근접 무기는 단일 타격만 가능하고 모든 물자는 "매우 적음" 상태이다.

2. 사용 모드: 모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바닐라 상태로 진행했다. 캐릭터 현 상태를 상세하게 막대그래프로 표현해주는 "Minimal Display Bars"와 아이템 밸런스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캐릭 외관과 아이템의 형상을 변환하기 위해 "Cosplay"와  "Fasionoid - Clothing Transmog"를 사용하였다.

 

 

탄생

 

 

" 화르륵 "

불이다. 뜨거운 주황색 불길이 모든 것을 태우고 있다. 어째선지 유리가 박혀 욱신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금방이라도 나를 삼킬 것 같은 거센 불길을 피해 밖으로 황급히 탈출했다. 

 

 

불길을 피해 나온 나에게 거센 한기가 덮쳐왔다. 참아왔던 들숨에 얼음같은 겨울 공기가 폐를 얼어붙게 만든다. 불길에 달아오른 몸이 빠르게 식어갔다. 열기와 한기에 번갈아가며 담금질 당해 무뎌진 감각의 내 몸뚱아리를 바라보니 겨우 속옷 한 장만을 걸친 초라한 모습이다. 그리고 꽉 쥐어진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팔을 들어본다. 갑작스런 온도 변화 때문인지 손은 잘 펴지지 않는다.

 

그 손을 향하던 눈길 주변으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형체가 보였다. 좀비다. 지난 2년 간 나는 저 좀비들을 피해 작은 도시 멀드로의 다락방에서 숨어살았다. 나를 발견한 좀비의 발놀림이 빨라졌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한다. 상체를 기울여 있는 힘껏 좀비를 넘어뜨렸다. 의외로 힘 없이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그나마 멀쩡한 왼쪽 발로 마구 밟았다. 

 

아마 감염 전엔 여성이었을 그 좀비의 옷과 신발을 뺏어 입었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지친 몸을 이끌고 숲으로 달렸다. 폐를 찌르며 나가는 거친 기침에 멀드로의 모든 좀비가 나를 뒤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북쪽의 외딴 농가에서 도착해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심한 상처와 추위에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대로 두려움에 떨면서 밤을 지샜다.

 

깊은 상처, 추위, 혼란, 목마름, 지침, 배고픔, 피로.. 최악의 몸을 이끌고 끝없이 이어지는 숲을 걸었다.

 

숲길 끝에 만난 캠프에서 얻은 버터 한 조각.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았던 생명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주머니 속에 쳐박아 두었던 그 종이를 꺼내보았다. 그것은 지도였다. 루이빌에 잔뜩 X가 그려진. X가 뭐지? 적어도 좀비가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인간의 흔적을 손끝으로 훑었다. 가장 가까운 X는 루랄 마을(폴라스레이크)이었다. 여기에서 좀 더 서쪽으로 이동해야한다.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만난 오두막에서 겨우 몸을 녹였다. 감기가 점차 호전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튿날..

 

"콜록.."

태울 장작이 너무 적었다.. 오두막 창고에서 찾은 마스크를 썼지만 좀비의 귀에 들어가는 기침 소리를 크게 줄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수십 마리의 좀비를 뒤에 달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무거운 다리를 옮겼다.

 

 

사람의 흔적

 

그렇게 길을 따라 걷는 중에 버려진 자동차를 발견했다. 다른 차를 정비하는데 사용된 것인지 폐차 한 대와 부품들이 널부러져있었다. 사람의 흔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흔적이 있었던 것 치고는 루랄 마을에 다가갈수록 좀비가 많아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너무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을에 좀 더 다가가자 초입의 주유소에 자동차들이 보였다. 마음 속에 희망의 불꽃이 다시 타오른다. 

 

기침 소리에 다가오는 좀비를 피해 탄 흰색 차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동도 걸리고 기름도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이 차의 주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 X가 촘촘하게 박힌 루이빌로 떠날 것이다. 달리 갈 곳도 없었다.

 

그 와중에 X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X는 이미 들러서 필요한 물자를 챙겼다는 뜻이었다. 루이빌에 가는 도중에 지도에 X가 칠해진 외딴 농가를 들렀는데 쓸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조금 안전하지만 아무런 물자가 없는 곳 그리고 안전하진 않지만 물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곳.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 걸까? 딜레마처럼 느껴졌다.

 

대도시 루이빌 쪽으로 가기 전에 차량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상태는 너무 좋지 않았다. 면허는 있었지만 너무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던 까닭인지 좀비를 피하다가 작은 나무에 차량을 두어번 박아버렸다. 이 상태로 루이빌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차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할 수 밖에..

 

기침보다 먼저 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억누르며 좀비로 가득 찬 대로에서 지그재그의 궤적을 만들며 달려나갔다. 너무 많이 좀비와 부딪히면 결국 엔진에도 무리가 갈 것이다. 그러다 엔진이라도 멈추면.. 나는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축축하게 젖은 손을 연신 닦아내며 한몸처럼 차를 움직였다.

 

 

또다른 사람의 흔적. 겨우 좀비를 빠져나오니 자동차 조각들이 도로에 널부러져 있었다. 이제 루이빌이다. 보이는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만 달렸다. 수십만 명이 살았던 루이빌에 어째선지 단 하나의 사람도 좀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가지런히 배치된 자동차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바리케이트. 누군가의 아지트다. 조심히 담을 넘어 들어가본다. 좀비를 만나는 것보단 낫겠지..

 

거점의 주인은 최근까지도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발전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연료도 거의 차 있었다.

 

안전해 보이는 거점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물자들이 넘쳐났다.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일단 치료를 했다. 깊은 상처를 봉합하고 붕대를 새로 갈았다. 가방과 무기도 적당히 챙겼다. 배도 채우고 담배도 한 보루 가방에 넣었다. 

 

 

탄생: 바니연필마

 

입구 쪽을 살펴보니 나무 상자 몇 개에 연필만 가득차있었다. 연필을 왜..? 가득 쌓인 연필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 그래, 난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거야! "

(거의) 아무도 없는 이 세계에서 내 열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 거점에 있던 바니 슈트를 꺼내입었다. 그리고 아직 부서지지 않은 내 차 트렁크에 나무 상자에 담겨있던 수백개의 연필을 쓸어넣었다. 

 

" 어디에선가 봤던 '연필 마술'로 좀비로 가득 찬 이 세계를 정화해보이겠어! "

깨달음을 준 거점에 조용히 목례를 하고 나만의 길을 나섰다. 

 

 

 

< 또 다른 이야기: 탄생.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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