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Rain
(게임 리뷰) 레이디안 ~심연 속으로~ [Leithian ~in the abyss~] (스포 없음) 본문
한국의 게임 제작사 가람과 바람에서 1999년 출시한 액션 알피지 게임이다. 2000년대 초에 게임잡지 부록으로도 제공되기도 했다. 나도 당시 미려한 일러스트에 혹해서 게임을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게임 미술과 OST는 현 시점에서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명색이 액션 알피지인데 액션에 큰 하자가 있다. 긴 프롤로그를 거쳐 처음으로 전장에서 몹을 잡아보면 '아 제작자가 자기들이 만든 게임 안해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플레이어보다 빠른 선딜과 공속을 가진 몬스터가 반격의 기회 없이 마구 후려치기 때문이다. 그 흔한 무적 시간도 없어서 회피도 힘들뿐더러 처음에는 캐릭의 피통조차 작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잡지 않으면 안된다. 옛날 게임이라 자동 세이브 기능도 없기 때문에 세이브 가능 필드에서 세이브를 하지 않으면 긴 프롤로그를 다시 봐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고통스러운 근접 전투는 캐릭이 강해져도 변함이 없으며, 한숨나오는 동료 AI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마법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것이 심연이 아닐까)으로 이끌리게 된다.
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방어력+10을 주는 반지를 마을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이 방어력 반지를 두 개 끼게 되면 다소 여유롭게 스펙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의외로 클리어가 쉬운 편이다. 사기적인 돈벌이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 초기부터 갈 수 있는 마을의 도박사에게서 세이브 로드 신공을 통해 빠르게 골드를 모을 수 있다. 최대 골드 보유량은 1억 골드이지만 어차피 1000만 골드 이상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해도 좋다.
이 게임은 골드로 왠만한 스펙업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도박사를 만난 이후로는 아주 쉽게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근접 전투에서 해방되면서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의 또다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바로 스토리다. 먼저 인물의 감정을 너무 가볍게 묘사해서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정말 힘들다. 플레이타임이 10여시간 남짓으로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난립하는 동료를 줄이고 엔딩과 직결되는 몇몇 인물에게만 집중하는 전개 방식이었다면 꽤 호소력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의 흐름도 인과관계보다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우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많고 많은 떡밥이 회수되지 못하고 엔딩에 이르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다. 시나리오 작가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 출생의 비밀과 동료와의 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겠지만 결국 어떤 토끼도 잡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에서는 나름의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다시금 플레이해보게 되는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싶다.